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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10. 17.

제조 인사이트

3D프린팅 인사이트, 재활용 PET병과 분산제조가 만드는 건축의 미래

전시회에서 발견한 조립식 건설 블록을 통해 3D프린팅 건축의 새로운 가능성을 생각해 봅니다. 폐PET병을 활용한 필라멘트 제작부터 FDM 3D프린팅, 전국의 생산 설비를 연결하는 분산제조까지. 코프로토와 함께 지속 가능한 제조와 ESG의 관점에서 미래 건축의 가능성을 살펴봅니다.

요즘 3D프린팅을 활용한 건축물에 대한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대형 3D프린터가 콘크리트를 한 층씩 쌓아 올려 집을 만드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습니다. 기존의 건축 방식과는 다른 접근으로 건축물을 만들고, 복잡한 형태의 구조물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의 한 전시회를 방문했을 때도 건축과 공간 구성에 관한 흥미로운 기술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모듈형 구조물을 조립해 공간을 만들고, 필요한 기능에 따라 내부 구조를 구성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전시장을 둘러보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3D프린팅 건축의 핵심은 정말 건물을 직접 출력하는 것에만 있을까?

전시회에서 발견한 건설 블록

전시장에서 제 눈길을 끈 것은 사출 성형으로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검은색 건설 블록이었습니다. 레고 블록처럼 여러 부품을 쌓아 올려 벽을 만들고, 공간을 구분하며, 필요한 형태로 구조물을 구성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제품 개발을 해 온 입장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접근이었습니다. 완성된 건축물을 하나의 거대한 구조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부품으로 나누어 조립한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품을 설계할 때도 부품을 모듈화하면 여러 장점이 있습니다. 필요한 부품만 변경할 수 있고, 동일한 부품을 다양한 제품에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유지보수나 재조립 측면에서도 유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건축에 사용되는 이런 블록도 3D프린팅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특히 FDM 방식이라면 새로운 가능성을 검토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 사출 성형 블록을 3D프린팅으로 제작한다면?

사출 성형은 동일한 부품을 대량 생산하는 데 적합한 제조 방식입니다. 다만 금형 제작에 초기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생산 수량이 적거나 설계 변경이 잦은 경우에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FDM 3D프린팅은 금형 없이 디지털 설계 데이터를 바탕으로 부품을 제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생산 속도와 단가를 비교하면 사출 성형이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모든 건설 블록을 3D프린팅으로 대체하는 것이 정답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전시 공간을 구성하는 임시 구조물이나 소량으로 제작하는 특수 구조물, 비상 상황에서 필요한 공간 구획용 모듈처럼 생산 조건이 일정하지 않은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블록의 연결 구조를 표준화하고, 필요한 형상만 변경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면 3D프린팅의 장점을 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건축물 자체를 출력하는 기술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닙니다. 건축물을 구성하는 부품을 디지털 데이터로 설계하고,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수량만큼 생산할 수 있다는 개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2. 버려지는 PET병이 건축 자재의 원료가 된다면?

우리는 매일 수많은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중 PET병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플라스틱 폐기물입니다. 그렇다면 버려지는 PET병을 재활용해 필라멘트를 만들고, 이를 다시 3D프린터로 출력해 건설 블록을 제작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물론 폐PET를 수거했다고 해서 곧바로 FDM 프린터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세척과 분쇄, 재생 원료의 품질 관리, 압출 공정, 필라멘트 직경과 수분 관리 등 여러 과정이 필요합니다. 또한 PET병에 사용되는 PET와 3D프린팅용 PETG는 서로 다른 소재입니다. 재활용 PET를 사용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PETG 필라멘트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적용을 위해서는 재생 원료의 특성에 맞는 소재 배합과 제조 공정에 대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이 연결은 충분히 흥미롭습니다. 폐플라스틱을 수거하고, 이를 필라멘트로 가공한 뒤, 다시 건축용 모듈로 제작하는 것입니다. PETG와 같은 소재는 적절한 설계와 출력 조건에서 우수한 내구성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새로운 제품의 원료로 되돌리고, 다시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설계한다는 점에서 자원 순환의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3. 전국의 3D프린터가 하나의 생산 네트워크로 연결된다면?

우리는 이미 전국 곳곳에 3D프린터가 보급되어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기업과 공장은 물론이고, 개인 작업실과 메이커스페이스, 디자인 스튜디오 등에서도 다양한 장비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장비들이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생산 네트워크로 연결된다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 어느 지역에서 대규모 전시 공간을 만들기 위해 건설 블록 1만 개가 필요하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하나의 공장에서 모든 블록을 생산하는 대신, 블록의 설계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전국의 FDM 프린터에 생산 작업을 분산하는 것입니다. 각 생산자는 보유한 장비의 출력 크기와 소재, 품질 수준에 맞는 작업을 배정받습니다. 출력이 완료된 부품은 지정된 장소로 모이고, 현장에서 조립됩니다. 이렇게 하면 생산 설비를 한곳에 집중하지 않고도 여러 지역의 유휴 장비를 활용할 가능성이 생깁니다.

물론 실제로 수만 개의 블록을 며칠 안에 생산할 수 있는지는 블록의 크기와 출력 시간, 장비 가동률, 불량률, 소재 공급 및 물류 조건에 따라 달라집니다. 분산 생산이 언제나 더 빠르거나 저렴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표준화된 설계 데이터와 생산 작업을 효율적으로 연결할 수 있다면 기존과는 다른 생산 체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4.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ESG 관점에서 생각해 봅니다

생각을 이어 가다 보니 여러 가능성이 연결되었습니다. 건설 블록을 모듈화하면 조립과 해체가 쉬워질 수 있습니다. 3D프린팅으로 제작하면 금형 없이 다양한 형상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재생 플라스틱을 원료로 활용하면 폐기물의 자원화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전국의 생산 설비를 연결하면 특정 지역이나 공장에 집중된 생산 부담을 분산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접근이 ESG를 생각하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봅니다. 환경 측면에서는 폐플라스틱을 새로운 제품의 원료로 활용하고, 제품을 해체하거나 재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사회 측면에서는 지역의 소규모 제조 사업자와 장비 보유자가 생산 네트워크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운영 측면에서는 설계 데이터와 생산 이력을 기반으로 품질과 자원 사용을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할 수 도 있고 또한, 배송에서도 근거리의 생산처에서 생산된 제품을 가져다 쓰면 되기 때문에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됩니다.

5. 코프로토가 연결하려는 것은 제조의 가능성입니다

제품 개발을 하다 보면 새로운 기술을 접할 때마다 그 기술 자체에 관심을 갖기 쉽습니다. 얼마나 빠르게 출력할 수 있는지, 어떤 소재를 사용할 수 있는지, 어느 정도의 정밀도를 구현할 수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게 됩니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에서는 조금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출 성형으로 만든 블록을 보면서 FDM 3D프린팅을 떠올렸고, 블록의 원료를 생각하다가 폐PET의 재활용 가능성을 떠올렸습니다. 다시 생산 방식을 생각하면서 전국에 분산된 3D프린터를 연결하는 방법까지 생각이 이어졌습니다.

하나의 사물을 관찰하는 것에서 출발했지만, 결국에는 소재와 공정, 생산 설비, 플랫폼이 연결되는 구조를 상상하게 된 것입니다. 코프로토가 지향하는 방향도 이러한 연결에 있습니다. 어떤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실제 제조로 이어지려면 설계 데이터뿐 아니라 적합한 공정과 소재, 생산 역량, 비용, 납기 등 여러 조건이 함께 검토되어야 합니다.

6. 코프로토(Koproto)의 역활

코프로토는 AI 기반 제조 플랫폼으로, 다양한 제조 수요와 생산 역량을 연결하고 적합한 제조 공정과 소재를 검토하며 견적과 생산 과정을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것을 지향합니다. 건설 블록을 예로 들면 다음과 같은 생산 과정을 구상할 수 있습니다.

  1. 표준화된 블록의 3D 설계 데이터를 준비합니다.

  2. 필요한 수량과 납기, 소재 및 품질 조건을 설정합니다.

  3. 각 생산자의 장비와 출력 조건에 맞게 생산 작업을 배정합니다.

  4. 생산 현황과 품질 정보를 관리하고, 완성된 블록을 필요한 장소로 운송합니다.

  5. 현장에서 블록을 조립해 필요한 구조물을 완성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3D프린터 여러 대를 사용하는 것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분산된 제조 설비를 하나의 생산 시스템처럼 활용하는 것입니다. 전국의 장비가 하나의 플랫폼을 통해 연결된다면 평상시에는 소량 생산과 시제품 제작에 활용하고, 전시회나 대규모 행사에서는 임시 구조물 제작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국가 비상 상황에서 필요한 부품을 지역별로 생산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재난 대응에 실제로 활용하려면 소재와 구조의 안전성, 생산 품질의 일관성, 물류 체계 등을 사전에 검증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생산 설비가 한곳에 집중되지 않는다는 점은 새로운 가능성입니다.

코프로토는 이러한 조건을 연결해 제조 과정의 판단과 실행을 지원하는 플랫폼을 지향합니다. 앞으로 3D프린팅 산업의 경쟁력은 단순히 더 좋은 프린터를 만드는 데서만 나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양한 장비와 소재, 생산자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결하고 실제 수요를 해결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전시장에서 발견한 건설 블록은 그런 가능성을 다시 생각하게 해 준 사례였습니다.

7. 마무리하며

3D프린팅은 이제 시제품을 만드는 기술을 넘어 다양한 산업의 생산 방식을 바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새로운 제품의 원료로 활용하고, 분산된 생산 설비를 연결하며, 필요한 장소에서 필요한 만큼 생산하는 방식도 그중 하나일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을 보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그 기술을 다른 소재와 공정, 사람과 연결했을 때 무엇이 달라질 수 있는지 생각해 보는 일입니다. 여러분은 레고처럼 조립하는 건설 블록을 3D프린팅으로 제작한다면 어떤 분야에서 가장 먼저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전시용 구조물일까요, 임시 공간일까요, 아니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제품일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여러분의 생각도 궁금합니다.